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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목적


VR이 나온지 꽤 됐지만 아직도 VR이 생소한 사람들이 있다. 게임을 좋아하지만 아직 체험조차 하지 않은 사람도 수두룩할 것이다. VR을 체험해봤지만 별로 매력을 못느끼거나, 멀미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개발해야만 VR게임이 두루두루 먹힐까?' 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저는 두루두루 안먹혀도 되는데요. 마니아층만 공략할 거에요.'

VR을 사용하는 유저층은 적다. 완전. 적다. 애초에 기기가 비싸고 보급이 안 되어있다. 그들 중에서도 마니아라고 한다면, 그건 그냥 사용자는 생각하지 않고 자기가 만들고 싶은 거 만들겠다는 소리다. 그럴 수 있다. 요리를 만들 때도 자기한테 맛있는게 남한테도 맛있듯이 통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만!!!!!!!!!!!!!!! 들어봐달라.

그들이 당신의 음식을 숟가락, 젓가락, 포크 등 익숙한 도구가 아닌 갑자기 우주에서 떨어진 요상한 도구로 밥을 먹어야 한다면?

그리고 그들에게 일일히 '아 이거는요 이렇게 해서 여길 누르면 뭐가 나오는데... 그래서... 이렇게 먹는거에요'라고 면대면으로 설명해줄 수 없다면?

아무리 음식이 맛있어도 그들은 먹지 못한다. 당신은 두루미에게 접시에 담긴 스프를 먹으라고 하고 있다.... 여우에게 호리병에 든 요리를 내밀었다........ 내가 그랬다. 그래서 내가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그리고 모두가 그런 실수를 하지 않고, 사용자에게 일관된 경험을 주기 위해 이 문서를 쓴다.


참고로 기술적인 부분은 설명하지 않는다.

('내가 뭐 얼마나 VR 전문가라고 이런 문서를 쓰고 있나' 이런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이런 글을 쓰면 누군가와 토론도 할 수 있고 스스로 정리도 되기 때문에 한 번 써본다.)


그래서 어떻게 하는데


1. 한 판의 플레이 타임은 5~10분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 VR 게임방은 회전율이 좋은 콘텐츠를 선호한다.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 할수록 더 많은 수익이 나오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당연한 것은 앞으로도 별다른 설명없이 넘어갈 것이다. 나는 긴 설명을 싫어한다.)

- VR 기기는 불편하다. 사람들이 VR 기기를 벗는 순간의 보편적 모습을 정확히 묘사해보겠다. 일단 얼굴에 빨갛게 기기의 자국이 나있고, 머리는 까치집이 되어있으며, 입에서 '어우' 하는 죽는 소리를 낸다. VR 게임 방송을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은 제외했다.




2. 움직여야 하는데 멀미가 안났으면 좋겠다?

해결책을 몇 개 제시하기는 하겠는데 완전하지는 않다. 아예 움직이지 않은 한 모두 고려하고,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① 순간이동 형식으로 이동한다


② 주변의 사물(혹은 건물)을 없앤다

사물이 내 옆으로 스쳐지나가면 이동하는 느낌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멀미가 심하다.



③ 위/아래로의 이동을 없앤다

좌/우 이동보다 위/아래 이동이 훨씬 멀미가 심하다



④ 뒤로 이동한다

오히려 멀미가 날 것 같다고? 한 번 시도해보기나 하시라.

멀리서 다가오는 물체를 보고 있으면 사용자의 시야는 점점 자신의 바로 눈앞으로 유도된다. 뒤로 가는 순간 내 시야는 멀어지는 사물을 보기 위해 멀리 고정된다. 

나와 가까운 곳에 있는 사물은 더욱 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시야를 멀리 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멀미를 할 때 '멀리바라보라'는 말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다만 이 방법은 어딘가에서 탈출하거나, 추격해오는 누군가를 바라본다거나 할 때만 가능한 방법이다. 모든 콘텐츠에 적합하지는 않은 방법.





⑤ 시뮬레이터를 활용한다

시야와 실제 육체의 차이를 어느정도 맞춰준다면 당연히 멀미가 감소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모든 콘텐츠에 적합하지 않다. 기술과 장비의 한계도 존재한다.





3. UI는 최대한 '사물화'한다

VR은 말그대로 가상 현실이다. '현실'엔 UI가 없다. 만약 당신이 칼을 쓰다가 총을 쓰고 싶다고 치자. 아이템 창을 열고 칼을 장착해제한 뒤 총을 장착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단순하게, 칼을 바닥에 던지고 총을 집어야한다.


예시로, 현재 판매되고 있는 VR게임 중 하나는 Credit을 보기위해 옵션에 들어가서 Credit이라고 쓰인 버튼을 클릭하지 않는다. 그 게임은 Credit이라고 쓰인 영사기 테이프를 영사기 안에 꽂아넣는 것으로 Credit창에 들어간다.


물론 완벽하게 사물화하지 못하는 장르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땐 최대한 간소화하고, 절대로 '작은 창'을 사용하지 마라. 무조건 '크~게' 내 눈앞에 딱!! 가져다 줘야한다. 둥글게 커브시켜주는 것도 시야가 집중되고 좋다.




4. VR 게임방에 들어갈 콘텐츠라면 튜토리얼을 넣으려 하지 말자.

모든 동작은 설명을 듣지 않아도 될만큼 현실과 동일한 동작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직관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복잡한 키설정은 방해다. (이는 추후에 설명)

VR 게임방에서는 '튜토리얼이 없어도 이해하고 바로 플레이 가능해야 할 것'을 기준으로 콘텐츠를 선정하기도 한다. 왜냐면 설명하는 시간은 수익의 낭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용자들로 하여금 재미를 반감시킨다. 고작 5분 플레이하는데 '어떻게 하는거야?' 라고 생각하다가 게임이 끝난다고 생각해보자. 음...




5. 되도록이면 글자를 쓰지말자.

VR로 스토리텔링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그들 중 대부분은 자막을 사용한다. 하지만 VR을 써봤다면 알겠지만 자막이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글을 읽지 않는다. 사용자는 차분히 무언가를 익히려고 온 것이 아니라 바로 즐기러 온 것이다!

특히 VR이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안그래도 글을 읽지 않는 사람들인데 이젠 글이 눈에도 안들어온다. 써있는지도 모른다. 한줄짜리 글이라도 밖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는 사람이 '저기에 글이 있잖아!'할 정도로 시야에 안들어온다. 그리고 사용자는 기기를 벗고 말한다 '어디?'




6. 화면 전체를 동시에 쓰려하지 말자.

 VR 기기를 쓰면 가운데만 '제대로' 보인다고 생각야야한다. 통용되는 PC나 모바일 게임처럼 화면 끄트머리에 UI 비스무리한 걸 넣고싶다면 그건 정말 최악의 생각이다. 일단 3번에서 말한 것처럼 UI는 VR에 어울리지 않으며, 그곳은 사용자가 무시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거슬려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묻는다. '거기에 뭐가 있었다고?'

밑의 9분할 사진을 보자. 사용자가 어느 한부분에 집중을 하면 나머지 부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봐야한다. 좌/중/우 3분할도 아니다. 9분할이다!!! 이 중에 어느 한 부분에 집중하고 있으면, 다른 부분에 있는 작은 물체나 글자는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나의 경험으로 말해보자면 5번이 사용자들의 시야가 모이고, 적이 등장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2번에는 필살기가 가능하다는 Sign을 넣었다. 사실 2번도 아니다. 2와 5의 경계선에 넣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정말 슬펐다. 그리고 8번에는 사용자의 손과 손에 들린 총이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손을 바라보지 않는다. 손은 시야에서 사라진다. 8번에도 없다.

만약 당신이 손에 든 물체를 VR기기의 시야 안에 들어오게 하고 싶다면 손의 위치값+z축 값을 어느정도 더해야만 전체적인 모양이 보일 것이다.




7. VR에서의 공간감. 시야의 거리

VR에서의 공간감은 가늠하기가 어렵다. 인간의 눈은 시력이라던가 초점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해 3D를 인식하는데, VR은 렌즈라는 납작한 것을 통해 3D를 인식한다. 시력도 없다. 해상도가 허락하는 한 끝까지 다 보인다. fog를 이용하지 않으면 먼곳과 가까운 곳의 색 차이도 없다. 우리가 보는 건 크기 차이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VR은 왜곡이 있다. 약간 영상의 Dolly Zoom을 사용한 듯한 느낌이다.


더욱 정확한 이해를 위해 사람이 있는 gif도 가져왔다. 근데 조금 공포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접어놓았다.



게임으로 예를 들어보겠다.


만약 아래의 사진이 VR 플레이 화면이라고 치자. 저 사진은 약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구도이긴 하지만, 내가 도로 위에 서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저기 도로끝에서부터 에너미가 다가온다고 상상해보자.

처음은 작은 점일 것이다. 저 끝에서 나에게 다가오는 시간은 느릴것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내 눈앞으로 오는 것 같은데..?' 라고 느끼는 순간 엄청나게 빠르게 보일 것이다. 내 시야와 가까운 것은 더 많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허둥지둥 에너미를 벤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VR은 적이 등장하는 거리에도 제한이 걸린다. 만약 저 거리에서 에너미가 등장해야 한다면 나는 파란 동그라미에서부터 나오도록 하겠다. 그것보다 더 멀리에서 등장한다면 너무 작아보이고, 플레이어에게 도달하기 까지의 거리가 길기 때문이다.




8. 컨트롤러는 버튼을 누르지 않거나, 1개만 쓰는 것이 좋다. (이동 제외)

2개 이상은 살짝 힘들다. 이동제외라고 하기는 했는데 사아아실 그냥 1개만 쓰는게 좋다. 아예 안쓰면 더 좋다. 왜냐면 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에서 뭐라고 했던가. 튜토리얼도, 글도 사람들은 보지 않는다.

'버튼을 안쓰면 어떻게 게임을 해요?' VR의 최대강점. 휘두르기가 있다. VR은 마치 DDR의 매력을 지닌다. PC나 모바일을 사용한 게임들은 활동성이 전혀 없다. (아 포켓몬 고는 있다) 이에 비해 VR게임, 예를들어 비트세이버는 '휘두르고 앉고'를 최대한으로 활용했다. 이에 사람들은 흥미를 느끼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데 손을 휘두르고 놀라고 하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그래 솔직히 버튼을 사용하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우스를 모르는 사람에게 클릭을 해보라고 한다면 그들은 처음부터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 아직 VR은(2018년 말 현재) 집에 기기가 없고, 체험형으로만 잠깐씩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용자들은 이게 어떤 이름을 가진 버튼인지도 모른다.

누가 열심히 '트리거 버튼을 누르세요!' 라고 외쳐도 '트리거가 뭔데?' 한단 말이다. '그랩 버튼을 누르세요!' 이런게 아니라. 내가 직접 그의 손과 나의 손을 터치해가며 '하하 이 버튼이요' 라고 설명해주어야 하는것이다. 사용자들은 심지어 헤드를 제대로 착용하는 법도 모른다. 그들에게 컨트롤러의 버튼을 이것저것 누르라고 한들.... 그들은... 모든 걸 잊고 하나의 버튼만을 누를 것이다.




9. 컨트롤러 각 버튼의 일관된 사용법 (사용자의 일관된 경험)

그래도 우리는 컨트롤러를 사용해야한다. 이동/선택만 하더라도 그렇다. 컨트롤러를 사용하기만 하면 정말 엄청난 경험을 선물해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이제부터 사용자들을 학습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마우스가 처음 나왔을 때 서서히 그들을 학습시켰듯이. 지금도 물론 일관된 경험을 위해 기업에서 제공하는 매핑의 형태가 있다. 사진부터 보자.


이동 : Thumb Stick (오큘러스) / Track Pad (바이브)

선택 : Trigger

잡기 : Grip Button


이렇게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너무 당연한가. 하지만 적어봤다. 이외에는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직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Grip Button은 특히나!! 주의해야한다. 오큘러스는 사람들이 컨트롤러를 쥘 때 Grip Button을 누른 채로 잡는 경우가 많다. 대다수가 이곳에 버튼이 있는지도 인식하지 못한다.




10. 360도를 다 볼 수 있다고 해서 360도를 반드시 써야한다는 강박을 버리자.

'360도의 장점을 활용하여 정신없게 만들어보겠다!' 나도 처음엔 이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안보이는 곳에서 뭔가 튀어나와서 나를 공격하면 그것만큼 짜증나는 것이 없다. 사실 사람들은 집중할 때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만약 360도를 다 활용하고 싶다면 '동시에' 사용하겠다는 욕심을 버리자. 시선을 유도해주는 불빛등이 있다면 사용자들은 고개를 돌리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그 불빛이 시야에 확실하게 들어오도록 다른 사물들을 최대한 어둡거나, 사라지게 해야한다.




11. 헤드 움직여서 피하기의 주의사항.

2018년 현재, 사람들은 기기가 헤드를 트래킹 해줄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 언젠가 VR이 보편화되어서 깨닫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모른다. 헤드트래킹 기능을 이용한 피하기는 물론 사용자에게 '오오~~'하는 경험을 선사해줄 수 있다. 하지만 꼭 튜토리얼을 이용하여 이를 알려주어야만 한다.









이상으로 2018년의 VR게임을 만들면서 알게 된 사실들이다. '왜 이렇게 하지 말라는게 많아?' 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물론 몇몇개는 완전 VR을 처음 사용해보는 사람을 기준으로 적었기에 과장되었다고 할 수도 있다(6번, 9번). 나중에라도 더 알게되는 주의사항들이 있다면 업데이트로 추가하겠다. 

VR이 좀 더 보편화가 된다면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 VR 개발자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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