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8일 날 듣고 싶은 강연이 있어서 판교의 인벤 게임 컨퍼런스에 다녀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전 년도에 이런 게임 행사들에 다 참석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유익하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게임 쪽으로 진로를 잡은 것이 얼마되지 않아서 올해부터 이런 행사들을 알아보고 다니게 되었다. 앞으로는 매년 가지 않을까 할 정도로 요즘 다니는 행사들이 재미있다. 원래 어디든 한 군데에 오래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게임 행사들은 다르다. 역시 사람은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것을 해야한다.




판교역에서 제일 좋아하는 동생을 만나서 같이 행사장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보는 판교는 여전히 춥고 넓고 멀었다. 날씨는 또 겁나 좋았다. 왜 항상 코딩이나 게임 관련된 일을 하려하면 날이 맑은가? 그래도 기분은 좋다.



맨 처음 강연인 <펄어비스에서 기획자가 일하는 방법>은 정말 제목대로였다. 간단하게 발표자 소개를 듣고, 본격적으로 펄어비스에서 일하는 방식을 들었다. 나는 여기서 펄어비스가 기획서를 쓰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내가 알았던 기획자는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도록 '문서작성을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강연을 듣고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기획자가 기획서를 쓰는 것은 그런 큰 회사에서는 필수불가결한 일인 줄로만 알았다. 모두가 같은 내용을 전달받아야만 같은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강연을 듣고나서 펄어비스라는 회사에 관심이 생겼다. 기획서가 아닌 사람을 바라보고 하는 개발. 빠르고 효율적인 대면 커뮤니케이션은 내가 이상적으로 바라던 회사의 모습이었다. 학생 때 강조되던 협력이, 오히려 회사 내부에서는 약해진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회사에서는 '내가 맡은 일 열심히'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물론 그것이 트러블 없이 일을 끝마칠 수 있는 방법이기는 하다. 하지만 과연 부서간 단절이 좋은 결과물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발로 뛰는 게임개발'이라는 말이 굉장히 멋지다고 느껴졌다. 언제 어디서든 열정적으로 현재 만들고 있는 게임을 어떻게 하면 더욱 재밌게 느껴지게 만들 수 있을지 논의한다. 논의할 것이 있으면 바로 달려가서 논의 후 바로 결정한다. 사실 이것은 내가 사람들과 게임 프로젝트를 할 때 자주하는 방식이었다. 그걸 이렇게 큰 회사에서도 가능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한 점에서 펄어비스는 나에게 이상적인 회사로 다가왔다. 언젠가 기획자 포지션으로 지원서를 써보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검은사막 리마스터 판을 다운받고 있다. 갑자기 너무 하고싶어졌다.



그 다음 강연으로는 <놀면서 공부하기>라는 이름의 강연이었는데, 이름만 듣고는 대체 무슨 강연인지 몰랐다. 여기서 공부란 '게임분석'을 말한다. 나는 기획지망으로 역기획서와 게임분석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는데 그런 나에게 딱 맞는 강연이었다. 



핵심을 탁탁 짚어주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굉장히 깔끔하고 정확하게 말씀을 해주셔서 듣기가 편했다. 원래 기획서를 먼저 써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게임분석을 좀 더 꾸준히 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먹게 되었다. 게임 분석은 기획서를 쓸 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내가 좀 더 선견지명이 있었어서 지금껏 했던 게임들을 모두 분석서를 써놨더라면 좋았을텐데... 불행하게도 그러지 못했다. 게임을 즐기는 첫 번째 단계는 이미 클리어했으니 앞으로 어떤 의도가 게임에 담겼는지 분석해가면서 플레이를 해보아야겠다.



다음으로는 내가 요즘 재밌게 플레이 하고 있던 <몬스터헌터 월드의 게임콘셉트와 레벨 디자인>에 대한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조금 늦게가서 뒷자리에 앉게 된것이 약간 흠이었지만 집중해서 들었다. 게임의 메인 디렉터가 직접 나와서 강연하는 것은 상상도 못했었다. 통역기가 있었지만 굉장히 또박또박하게 말씀해주셔서 잘 알아들을 수 있었기에 통역이 오히려 방해가 될까봐 통역기는 끼지 않았다.



이런 귀중한 자료도 볼 수 있었다. 집중해서 들었기에 받아적거나 하진 못했지만, 레벨 디자인 부분이 흥미로웠다. 같은 지역의 에어리어는 로딩이 없는 세미오픈월드인데, 방대하게 넓게 디자인하기보다는 밀도가 높은 지형을 선호했다고 한다. 그 부분에서 왠지 스카이림의 오픈월드가 생각났다. 이전작보다 좁은 월드임에도 불구하고 넓게 느껴지는 것은 지형이 다양하고, 산이 많고, 곳곳에 다양한 요소가 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그저 넓기만 한 맵은 사용자에게 지루함만 느끼게 한다. 매스이펙트1의 Mako를 타고 돌아다니는 행성은 정말이지 넓었지만 흙먼지밖에 없었으므로 플레이어들의 원성을 산 부분 중 하나였다. 그리고 바로 2에서는 마코가 없어졌었다... 잘가 마코... 어쩐지 그립다. 그리운 이유는 매스이펙트2나 3에서 꾸준히 마코를 언급해주며 쌓아놓은 유대감 때문일것이라고 추측한다. 잠시 다른 길로 샜지만 레벨 디자인은 정말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다.


개발자가 세계를 창조하는 일은 신이 지구를 만드는 일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생태 피라미드를 먼저 설정하고, 그들이 먹이를 먹기 위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설정한다. 그들의 영역이 존재하고, 서로의 영역에 들어가면 싸운다. 이 모든 부분은 게임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엔 현실에 기반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그리고 가장 놀라웠던 것은 프로토 타입의 완성도 부분이었다. 이미 게임 플레이를 해봤던 나는 '저건 그냥 완성한 거 아니야?'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작은 생물들의 디테일한 움직임에도 집착하는 모습에 감탄하게 되었다. 나는 몬헌을 플레이할 때 마치 몬헌 세계관의 '연구원'포지션처럼 작은 생물들을 그물로 잡고 하우스를 꾸미는 재미에 플레이를 했었는데, 그것이 이런 프로토타입 단계에서부터 중요하게 생각했었다니 새로운 비밀을 알게 된 기분이었다. 그런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쓴 부분에 감동했다. 그들의 게임 철학은 대체 무엇일까.


강연을 듣고나니 이전 강연에서 들었던 게임분석을 몬헌에서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몬헌 월드의 연구원이 된 것 같은 마음가짐으로, 그 시스템을 파헤치고 말겠다.



다음으로는 내게 가장 필요했던 강연 <던그리드 이랬으면 더 좋았을 걸>을 들었다. 던그리드를 개발했던 개발자 중 기획자 분이 나오셔서 발표를 했는데 '저희가 지나간 길 피해가세요'라는 문구만큼 가장 현실적으로 내게 필요한 강연이었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VR게임을 스팀에 출시하려고 준비중에 있었는데, 이 강연덕분에 어떻게 해야할지 대강의 가이드라인이 잡힌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내가 잘못하고 있었던 부분도 깨달을 수 있었다.

스팀에 얼리억세스로 올릴 계획이었는데 그 이후에 업데이트를 할 때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해 엑셀로 레벨디자인을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실 얼리억세스로 발표한 이후 고칠 예정이었는데 작업공정을 앞당겨서 하는 것이 오히려 더욱 빠른 길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이외에도 어떻게 홍보를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나중에 슬라이드쉐어가 올라오면 다시 한 번 정독해야겠다.




분명히 하루종일 강연을 들었지만 많이 피곤하진 않았다. 역시 사람은 관심있는 분야에서 일을 해야한다고 느꼈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로그를 이전하게 되었습니다.  (0) 2019.09.14
부산 G-Star 2018 참가!  (0) 2018.11.26
OOI 아웃 오브 인덱스 실험게임 행사 참여  (0) 2018.10.21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