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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즐기느라 사진도 많이 안찍었다. OOI는 이번에 SNS를 통해 처음 알게되었다. 내가 아는 독특하고 실험적인 게임들이 거의 여기서 선정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도 알지 못했다니 역시 사람은 정보력이 중요하다. 텀블벅 후원이 내가 알기 며칠전에 끝나버렸어서 아쉽게도 후원하지 못했다. 내년에 참가할 땐 꼭 후원해서 굿즈들도 더 많이 받을 것이다. 뱃지가 정말 예뻤다!! 안사고는 못배겼다. 오른쪽에 있는 노란 뱃지는 알사람은 알만한 뱃지. 하지만 모른다면 그저 귀여운 뱃지.


원래 아침 11시부터 참가하려고 했었는데 같이 가는 친구가 1시에 보자고 해서 아 맞다 사실 그렇게 일찍 가봤자 개발자 토크는 3시라는 것을 깨달아서 1시반쯤에 행사장에 도착하게 되었다. 1시반부터 9시까지 행사에 참가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었다. 일찍 가니까 좋았던 건 역시 사람이 별로 없어서 모든 게임을 빠르게 체험해 볼 수 있었다는 점. 특히 이번에 eCheese Zone은 1시간이라는 로딩시간(벌칙타임..?)이 있어서 나조차도 몇 번 못봤다.


입장료를 내고 위로 올라가서 영상 몇 개를 앉아서보다가 본격적으로 체험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체험했던 건 'Centenntable'. 인터뷰를 굉장히 인상깊게 읽었던 게임 중 하나이다. 100개의 버튼을 이용하여 격투게임을 해야하는데, 열심히 커맨드를 익혀봤자 다음 탄에서 다시 랜덤으로 초기화되어버린다. 게임을 처음 접했던 것같은 체험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내가 게임을 처음 시작했던 때는 초등학교 때로 굉장히 오래되었다. 그 때는 어떤 키를 눌러야할지도 몰랐고, WASD로 움직인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아무거나 막 눌러보고 화면에서 움직이는 캐릭터의 모습을 볼 때의 그 기쁨. 다시끔 그 기쁨을 체험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게임이다.

나는 아무거나 막 눌러보기의 달인이라서 같이 갔던 2명을 가볍게 이기고 챔피언이 되었다. 언젠가 대회를 연다면 불러달라고 했다.




그리고 바로 눈길이 간 것은 PICO PARK 였다. 갑자기 사람들이 오~~!!! 하는 큰 소리가 나길래 후다닥 달려갔더니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한 화면을 바라보면서 웃고 있었다. 사진은 낮에 사람이 없을 때, 한 세션이 끝나고나서의 모습. 인기가 굉장히 많았어서 낮에 일찍 행사장에 가서 다행이었다. 최소 2명 ~ 최대 10명이서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으로, 협력을 해서 스테이지를 깨야한다. 추천 스테이지가 있어서 20탄을 전부 해보지는 못했지만 절반정도 플레이해볼 수 있었다.


처음해본 순간 완전히 팬이 되어버렸다. 딱 내가 좋아하는 협력도 할 수 있으면서 일부러 방해도 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이었다. 무엇보다 캐릭터가 아기자기하고 귀엽다. 스테이지 별 아이디어나 레벨 디자인도 무척이나 좋았다. 모든 스테이지가 모두 다른 기믹을 이용하고 있어서 어떻게 혼자서 만들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가장 좋았던 스테이지는 사람은 10명인데 캐릭터는 1개여서, 대다수의 사람이 같은 버튼을 눌러야만 캐릭터가 움직이게 만들었던 스테이지였다. 사람은 10명인데 하나의 캐릭터를 조작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서로가 모르는 사람인데도 말을 해야만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어서, 큰 소리를 내며 (ex. 여기서 점프해야해요! / 다같이 밀어요! 영~차 영~차...) 서로 친해질 수 있었다. 아이스브레이킹을 할 때 유용할 것 같은 게임이다. 서로가 어떤 캐릭터를 조작하고 있는지 알지 못해서 내가 어떤 캐릭터인지 들키지 않고 뻔뻔스럽게 구는 것도 재밌었다. 못지나가게 막는다던지 하는 점이 재밌었다. ㅎㅎ 그렇게 심하게 방해하진 않았다. ㅎㅎㅎ


이번 페스티벌에서 가장 인기가 좋고 회전율이 좋은 게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다른 게임은 모두 2명이서 플레이하는 것이었는데, 이건 10명이니 플레이 타임이 길어도 금방 앉아서 플레이 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뒤에서 구경하는 것도 '이게 그렇게 어려워? 이렇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하는 궁금증과 승부욕을 불러일으켜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가장 특이하고 실험적인 게임이라고 생각했던 eCheese Zone은 사람들이 포스트잇에 팁을 적어놓는 아이디어가 정말 기발했다. 주최즉의 아이디어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건지 잘 모르겠지만 정말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한다. 역시 유쾌한 사람들답게 프린트스크린을 찍는 것은 ESC라고 하지 않나, Alt + F4라고 하지 않나 아주 즐거웠다. 그래도 역시 한 시간은 심했다고 생각하긴 한다....



3시, 5시, 7시에는 선정된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몇몇 게임은 직접 개발자분과 이야기도 나눠볼 수 있었다. 가끔 여기서 이야기를 듣다가 또 플레이를 하러 갔다가 왔다갔다 했다.


Carpet Crawler Co-op은 유일하게 VR기기를 활용한 게임이었다. 사진은 없는데 몇 번이고 플레이 해봤다. 코옵이라는 단어가 이름에 붙어있는 만큼 2명이서 플레이 가능했다. 한 명은 아이 역할, 한 명은 부모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아이보다는 부모 역할을 하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했다. 화면 우측 상단에 나오는 단어를 이용하여 어조로만 아이에게 위험과 안전을 알릴 수 있었다. 어떻게 하면 더욱 아이의 기분을 느껴볼 수 있을까 하는 개발자의 고민이 엿보였다. 아쉬웠던 점은 모든 사물이 랜덤으로 배치되어서 운의 요소가 너무 강하게 작용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4가지로 아기의 스탯을 나눴지만 정작 신경써야 할 것은 Pain과 Hungry 2개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모든 스탯이 높아질 수록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Happiness 스탯은 늘어날 수록 좋은 것이어서 헷깔릴 여지가 있었다. 스탯 4개의 조정이 아직 안된 느낌이었다. 그래도 아이디어 자체는 흥미로웠다.

나라면 바나나 몇 개는 고정적으로 플레이어 주변에서 나타나도록 설정하고, Hungry 스탯이 늘어나는 속도를 줄이고 Happiness 대신에 Boring이라는 단어로 바꾸어서 모두 스탯이 높아질수록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통일시킬 것 같다. 게임 내에서 곰인형에 대한 비중이 너무 적었어서 아쉬웠다.


BestLuck은 가장 완성도가 돋보였던 게임이었다. 아트컨셉이 출중하고 퍼즐 요소도 훌륭했다. 하지만 정말 NPC와의 유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역시 아쉬웠다. NPC와의 유대감을 쌓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NPC와의 유대라고 하면 언제나 파판14의 오르슈팡이라는 NPC가 생각난다. 잘생긴 것도 아니고, 그리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도 아니고, 스토리상 제일 자주 나왔던 NPC도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플레이어와의 유대감을 쌓았는가? 바로 대사를 통해서이다. 파이널 판타지의 세계에서 주인공은 언제나 영웅이었고 모든 사람들이 그를 믿었고 의존했다. 퀘스트를 완료하고 돌아오면 언제나 NPC들은 '잘 해낼 줄 알았다. 역시 영웅이다'라는 식으로 반응한다. 하지만 오르슈팡은 플레이어를 영웅이라 부르지않았고, 맹우라고 불렀다. 친구였던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다치진 않았는지 플레이어의 몸을 걱정해주었다. 그런 점이 알게모르게 플레이어들에게 친근감을 느끼게했다. 정말 대단한 설정이라 생각한다.

언제나 스토리나 유대감을 게임에 녹여내기는 어렵다. 유대감은 그저 외향과 나오는 빈도수를 통해 쌓아지는 것이 아니다. 컴퓨터 데이터에 불과하던 것이 어떻게 우리 곁에 '캐릭터'로 다가오는가. 그런 끊임없는 고찰이 필요한 일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일본이 가장 뛰어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일본에서 '만화'로 키워온 그 캐릭터성에 대한 다양성과 깊이는 하루 아침에 따라갈 수 없다. 역시 많은 작품을 꾸준히 접해보아야 한다.


Witchball은 런게임과 스포츠게임(배구..?)이 합쳐진 게임이었다. 가장 요소가 많았던 복잡한 게임이었던 것 같다. 전략도 필요하다. 맵을 꿰뚫고 있어서 어디로 공을 보낼지를 고민해야한다. 나는... 못했다... 약간 피지컬을 요구하는 게임이었다. 어떻게 보면 Centenntable과 가장 반대되는 게임이 아닐까한다. 가장 피지컬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다.


Everything is going to be OK는 내가 영어를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고 후회하게 만드는 게임이었다. 사실 이 게임도 인터뷰를 인상깊게 읽었었다. 이 게임은 요즘 사람들에게 '힘내'라는 말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가장 잘 부합한다고 생각했다. 이제 그만큼 공허한 말도 없다. 누구나 힘을 내며 살아간다. 누구나 힘을 내고 싶다. 하지만 여력이 없다. 그들에게 필요한 말은 '힘내'라는 말이 아니다. 슬프지만 이제 그런 말들은 위로가 아니라 무관심을 의미하는 말이 되어버렸다. 상냥함보다는 무신경을 나타내는 말이 되었다.

이 게임에서도 NPC들은 전혀 힘이 되지 않는 말을 한다. 하지만 그건 곧 공감이 된다. 실제로 인터뷰 중 '이 게임을 하고 나서 힐링이되었다는 사람이 많았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나도 영어를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힐링이 될 수 있었을까 아쉬웠다. 사실 Centenntable 개발자 분과도 영어로 대화가 가능했다면 할 말이 굉장히 많았을텐데 너무 아쉽다. 회화학원을 다니고 싶다.


Counterhero는 데모버전이 전시되었는데 1편만 해도 이 게임이 얼마나 재밌을지 눈에 들어왔다. itch.io에서도 데모버전을 다운받을 수 있다. 어디서 풀버전을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쉽다..... 숫자를 이용해서 게임 오브젝트를 늘리고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RPG라는 게임에서 사실 근본은 숫자가 아닌가 하는 설명을 들었을 때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게임의 근본을 건드릴 수 있는 게임이라니. 언젠가 풀버전을 받을 수 있는 곳을 발견하거나 하면 꼭 사서 해봐야겠다. 영어와 일본어밖에 없지만 그렇게 어려운 영어를 요구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한글화도 하려면 금방할 수 있지 않을까?


TorqueL는 몇 번 해보고 금방 일어났다... 왜냐면 나는 이런 플랫포머 게임을 정말 못하기 때문이다. 피지컬이 딸린다. 그래도 나름 피지컬보다는 운이 작용할 때가 있어서 나같이 피지컬이 안좋은 사람도 노력만 하고 충분히 시간만 들인다면 깰 수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나는 성질도 급해서 그냥 일어나버렸다... 죄송합니다. 키맵핑이 키에 되어있지 않고 방향에 맞춰져 있었더라면 더 재밌게 할 수 있었겠지만 그것도 하나의 재미요소이니 뭐라 할 수 없다. 사람의 개인취향인 것 같다.




7시 지나서 마지막으로 한 강연이 PICO PARK의 개발자 분이신 TECO상이었는데 난 사실 명함에 4명 도트가 찍혀있길래 4명이서 개발한 줄 알았다.. 근데 한 명이서 했다는거 듣고 너무 놀라버림. 너무 재밌는데!! 우리들의 대혁명이라는 게임도 추천해주셨는데 예전부터 알던 게임이라 더 반가웠던.. ㅋㅋㅋ 8시쯤?부터 피코파크 뉴버전 하게 해주신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오류가 나서 그 자리에서 바로 디버그하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ㅋㅋ 궁금한 게 좀 있었는데 물어보기가 조금 그래가지고 머뭇거리다가 물어봤는데 한 번 말문이 트이니까 편하게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었다. 오디오만큼은 후배분이 작업해주셨다고 하고.. 그리고 업뎃버전에서의 카메라는 좀 더 캐릭터를 크게 보이게 하고 싶었고, 옆 사람과의 친밀감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셨다고 함. 음 그리고 팬이 됐다고도 말했고 ㅋㅋㅋ 5500원에 스팀에서 판매중인데 같이할 사람이 없어서 살까말까 고민중이다. 개발자 분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역시 재밌다!



전체적으로 편안한 분위기였다. 특히 그 행사장에 있는 모두가 동료가 된 것 같았다. eCheese Zone의 스티커를 몰래몰래 서로에게 붙이고 다닌다던가, 스태프분이 게임 로딩 1분 남았을 때 큰 소리로 모두에게 알리자 다들 삼삼오오 모여들어서 카운트를 세주었던 것, PICO PARK에서 파티원을 구한다며 소리친다던가, 다같이 힘을 합쳐 게임을 클리어하고... 그 모든 분위기가 좋았다. 역시 내년에도 참가할 것 같다. 내년 뿐만이 아니라 매년!! 내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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